Author: YEGAK

  • 손끝의 0.1mm가 명품을 만든다 : 가죽의 두께(피할)와 패턴 설계의 상관관계

    가죽공예를 취미로 시작해 어느 정도 숙련 단계에 접어든 이들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벽이 있습니다. 설계 도면(패턴)상으로는 치수가 자로 잰듯 완벽한데, 막상 가죽을 재단하고 조립하면 겉장이 울거나 안장이 밀리는 현상입니다. 분명 가이드라인에 맞춰 정확히 바느질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가방이나 지갑의 모서리가 투박하고 어설프게 마감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비밀은 바로 ‘종이와 가죽의 두께차이’, 그리고 그 두께를 다루는 ‘피할(Splitting & Skiving)의 밀리미터(mm)싸움’에 있습니다. 백지 위에 선을 긋는 수동패턴의 본질을 이해했다면, 이제는 그 선이 실제 가죽이라는 입체적 질감과 두께를 만났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 그 상관관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1. 왜 백지 위에 완벽하게 그린 패턴이 가죽 위에서는 어긋날까?

    우리가 패턴을 설계할 때 사용하는 종이는 두께가 0에 가깝습니다. 평면의 종이 위에서는 10cm와 10cm가 만나면 완벽한 대칭을 이룹니다. 하지만 가죽은 다릅니다. 가죽은 적게는 0.5mm에서 두껍게는 3mm가 넘는 엄연한 ‘부피’를 가진 입체 가공물입니다.

    두께가 있는 두장의 가죽을 겹쳐서 구부리거나 시접(해리)을 접을때, 바깥쪽 가죽은 안쪽 가죽의 두께만큼 더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합니다. 이를 계산하지 않고 종이 패턴의 치수 그대로 가죽을 잘라 붙이면 구조적인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눈종이에 의존하지 않는 십자.일자 패턴의 설계의 핵심은 단순히 직선을 곧게 긋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원단의 두께와 장력, 그리고 접혔을 때 늘어나는 외경과 내경의 차이를 손끝의 감각과 정밀한 수치로 미리 예측하여 패턴에 선제적으로 반연하는 것, 그것이 어긋남 없는 설계를 위한 첫 단추입니다.

    2. 프랑스 크리스페 고스트킨이 주는 피할(Splitting)의 희열

    가죽의 두께를 제어하는 과정을 ‘피할’이라고 부릅니다. 가죽공예가 깊어질수록 어떤 가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피할의 한계점과 완성도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제가 프랑스산 크리스페 고트스킨(Crispe Goatskin)을 유독 애정하는 이유도 바로 이 피할 과정에서 오는 짜릿한 희열때문입니다. 식물성 탄닌 성분으로 오랜시간 무두질하여 조직이 다소 단단하고 뻣뻣한 베지터블 가죽은 얇게 깎아낼 때 은면(겉면)이 버티는 힘이 기후나 부위에 따라 예민하게 반응하곤 합니다.

    반면 프랑스산 최고급 고트스킨은 특유의 촘촘하고 밀도 높은 섬유 조직 덕분에 0.4mm에서 0.6mm 수준까지 극한으로 얇게 전체 피할을 진행해도 가죽본연의 탄성과 은면의 찰진 결이 무너지지 않습니다. 칼날이 지나간 자리마다 느껴지는 고트스킨 특유의 유연하면서도 짱짱한 조직감은 복잡한 입체 패턴을 구현할때 디자이너에게 완벽한 자유도를 선사합니다. 소형 소품부터 정밀한 내부 포켓구조를 설계할 때, 크리스페 고트스킨만큼 설계자의 의도를 오차없이 받아주는 소재는 흔치 않습니다.

    3. 20년 경력자가 고집하는 단면 피할과 전체피할의 기준

    가죽가방이나 지갑의 단면을 보았을 때 명품과 평범한 제품을 가르는 결정적인 차이는 ‘단차와 실루엣’에 있습니다. 가죽 구조론의 관점에서 제가 20년 동안 고집해 온 실전 피할의 기준을 명확히 공유하고자 합니다.

    • 전체피할(Splitting)의 기준 : 제품의 각과 형태를 유지하는 가방 본판 가죽은 보통 1.2mm~1.5mm의 두께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가방 내부의 안감이나 카드칸처럼 여러겹이 포개어지는 부위는 전체적으로 0.5mm~0.7mm 수준으로 얇게 밀어내야만 전체적인 실루엣이 투박해지지않고 슬림하게 떨어집니다
    • 단면피할(Skiving)의 기준 : 가죽과 가죽이 맞닿아 바느질(새들스티치)이 들어가는 시접부(해리처리구간)는 반드시 단면 엣지 피할이 필요합니다. 접히는 경계선을 기준으로 끝부분을 0.3mm~0.4mm까지 사선으로 완만하게 깎아내야 두 장을 겹쳤을때 투박한 계단 현상이 생기지 않고, 마치 한장의 가죽처럼 매끄러운 단면 마감이 가능해집니다.

    이 0.1mm의 두께 차이를 제어하지 못하면 아무리 정교하게 새들스티치를 하고 최고급 엣지코트를 발라도 단면이 울퉁불퉁해져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낼 수 없습니다.

    4. 실패없는 설계를 담은 오리지널 수동패턴

    가죽의 두께와 수축률, 그리고 피할 시 발생하는 미세한 오차까지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오랜 숙련과 경험없이는 결코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첫 도면 설계단계부터 이러한 입체적 변수들이 온전히 계산되어 있어야 합니다.

    오직 자와 송곳, 그리고 오랜 현장 경험으로 다듬어진 역학적 계산을 통해 완성된 오리지널 수동 패턴은 가죽이 접히고 밀리는 분량까지 완벽하게 품고 있습니다.

    단순히 외형의 실루엣만 흉내 낸 도안이 아니라 가죽의 두께와 실전 제작 공정의 메커니즘을 100%반영하여 수작업으로 정밀 설계된 ‘예각 스타일 럭셔리 백 오리지널 패턴 PDF’를 곧 다운로드 자료실을 통해 글로벌 가죽 공예인들에게 선보일 예정입니다. 손끝의 0.1mm가 만드는 명품의 차이, 그 정밀한 복원력의 세계를 도면으로 직접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전문가의 솔직한 고백 : 내가 베지터블을 조심스러워하고 프랑스 크리스페 고트스킨을 애정하는 이유

    전문가의 솔직한 고백 : 내가 베지터블을 조심스러워하고 프랑스 크리스페 고트스킨을 애정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레더스튜디오 예각 공방장입니다

    가죽공예를 다루는 수많은 글이나 유튜브를 보면 ‘베지터블 가죽의 낭만’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합니다 주인의 손때와 햇살을 머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추럴하게 에이징(Aging)되는 멋은 베지터블 가죽만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20년 동안 가죽작업대 앞에서 매일 가죽을 칼질하고 바느질해온 전문가의 시선으로 오늘은 조금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베지터블 가죽을 다룰때 굉장히 조심스럽고, 그리 선호하는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고, 작업대위에서 다룰 때마다 감탄하는 가죽은 따로 있답니다. 바로 프랑스산 최고급 염소가죽인 ‘크리스페 고트스킨(Crispe Goatskin)’입니다.

    오늘은 교과서 같은 가죽 종류 나열이 아닌, 현장에서 손끝으로 느끼는 두 가죽의 진짜 성질과 제가 크리스페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낭만 이면에 감춰진 불편함, 베지터블 가죽

    베지터블 가죽이 시간이 지나며 멋스러워진다는 것에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작업자 입장에서, 그리고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참 까다로우면서도 ‘깔끔하지 못한’ 가죽이지요

    식물성 탄닌성분으로 무두질된 베지터블 가죽은 표면에 별도의 화학적 보호 코팅막이 거의 없답니다. 그렇다보니 작업대 위에서 가죽을 재단하거나 패턴을 맞출 때 고작 손톱 끝만 살짝 스쳐도 깊은 스크래치가 남습니다. 게다가 물이나 열에 치명적으로 약해서, 비를 맞거나 땀이 묻으면 그 자리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그대로 박혀버린답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내추럴함’은 좋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가죽이 쉽게 오염되고 얼룩덜룩해져서 본연의 깔끔하고 정돈된 고급스러움을 오래 유지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생각이 듭니다. 만드는 작업자에게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도 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조심스러운 가죽인 셈이지요

    2. 알란(Sully)은 모르는 크리스페 고트스킨만의 ‘탄력과 유분’

    반면, 명품 하우스들이 애용하는 고트스킨(염소가죽)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입니다. 고트스킨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두 축이 프랑스 알란(Alran)테러리의 ‘설리(Sully)’와 프리미엄’크리스체(Crispe)’고트스킨인데요, 이 둘 사이에도 전문가의 손끝에서는 명확한 급의 차이가 느껴진답니다

    둘 다 좋은 프랑스산 염소가죽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칼을 대어보면 알란고트는 상대적으로 유분이 적어 텍스처가 다소 퍽퍽하고 건조한 느낌이 든답니다

    반면 크리스페 고트스킨은 가죽내부에 머금고 있는 유수분의 밸런스가 더 좋아서 손으로 쥐었을때 느껴지는 밀도감과 촉촉하고 탱글탱글한 탄력이 아주 맘에 듭니다

    이 ‘탄력과 유분의 차이’는 작업대 위에서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듭니다. 가죽에 유분이 적당하고 탄력이 좋으면, 구두칼로 재단 라인을 뽑아낼 때 단면이 밀리지 않고 칼날이 물 흐르듯 미끄러지는 느낌이고, 아주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가죽이 밀리지 않으니 마이크로 단위의 정밀한 설계도 오차없이 완벽하게 가죽위에 구현되는 듯합니다

    3. 스크래치를 방어하는 세련됨, 지갑의 품격이 바뀌는 이유

    제가 크리스페 고트스킨을 특히 지갑이나 정밀한 소품 종류를 만들때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압도적인 내구성’과 ‘세련된 미학’ 때문입니다

    크리스페 고트스킨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염소가죽 특유의 자잘하고 아름다운 천연 모공 수시보(결)가 촘촘하게 잡혀있습니다. 이 정교한 결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잔기스나 스크래치에 엄청나게 강하답니다. 물이 닿아도 슥 닦아내면 될 정도로 방어력이 뛰어납니다. 베지터블을 다룰 때처럼 애지중지 모시지 않아도, 언제나 처음의 깔끔한 상태를 굳건하게 유지해 준답니다.

    무엇보다 이 가죽으로 반지갑이나 명함지갑을 완성해 놓으면, 특유의 은은한 광택과 단단한 조직감 덕분에 제품이 한 순간에 아주 모던하고 세련되게 피어납니다. 시간이 지나 얼룩덜룩해지는 베지터블과는 차원이 다른 도시적이고 정제된 품격이 지갑 한점에 그대로 담기게 됩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가죽의 성질을 부리는 시간

    가죽공예의 전문성은 단순히 바느질을 잘하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가죽의 성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각 가죽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며 장점을 그대화하는 도안을 설계할 수 있느냐가 진짜 실력입니다.

    저는 조심스럽고 깔끔함이 떨어지는 베지터블의 낭만보다는, 재단선이 칼날처럼 떨어지고 세월 속에서도 세련된 형태를 단단하게 유지해 주는 크리스페 고트스킨의 정직함을 더 신뢰합니다

    내가 고른 소재의 성질을 온전히 통제하고 지배하여 단 한사람을 위한 완벽한 품격을 짓는 일, 레더스튜디오 예각이 시간에 타협하지 않고 매일 작업대 위에 크리스페를 올리는 이유입니다

  • 모눈종이 없이 백지 위에 선을 긋는 이유 : 가죽공예 수동패턴의 본질

    안녕하세요. 레더스튜디오 예각입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가죽공예 배우기’나 ‘가방 도안’을 검색해 보면, 수많은 사람이 모눈종이(그리드 페이퍼) 위에 칸수를 세어가며 자를 대고 선을 긋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입문자들에게는 칸을 채워나가는 것이 가장 쉽고 직관적인 방법처럼 보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아산 배방의 작업대 앞에서 가죽을 만져온 저는 수강생들에게 과감히 모눈종이를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백지’를 내어줍니다.

    왜 예각은 남들 다 쓰는 편리한 모눈종이를 쓰지 않고, 굳이 흰 종이 위에 십자패턴과 일자패턴을 수동으로 설계하는 어려운 길을 고집할까요? 오늘은 가죽공예의 가장 첫 단추이자, 명품의 구조를 결정짓는 ‘수동 패턴 설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1. 모눈종이 칸수가 알려주지 않는 ‘입체의 진실’

    모눈종이는 평면입니다. 1mm 간격으로 촘촘하게 그어진 선들은 자를 대고 사각형을 그리거나 단면을 계산할 때는 훌륭한 가이드가 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가죽으로 만드는 가방이나 지갑은 평면이 아닌 ‘3차원의 입체물’입니다.

    가죽은 패브릭(천)과 다릅니다. 종류와 가공 방식에 따라 두께가 다르고, 섬유 조직의 밀도가 다르며, 휘어지는 각도와 복원력이 전부 제각각입니다. 모눈종이의 똑바른 격자무늬는 가죽이 꺾이고 겹쳐질 때 발생하는 ‘두께의 간섭’과 ‘곡선의 흐름’을 계산해 주지 못합니다.

    격자에 의존해 도안을 짜 맞추다 보면, 바느질을 마쳤을 때 가방의 모서리가 미세하게 울거나 양쪽의 대칭이 미묘하게 어긋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편리함과 속도를 취한 대신, 입체의 정밀함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2. 십자패턴과 일자패턴: 백지 위에서 구조를 세우는 희열

    예각이 고집하는 수동 패턴 설계는 아무런 기준선도 없는 완전한 백지 위에서 시작됩니다.

    • 십자패턴: 제품의 완벽한 중심축(X축과 Y축)을 인간의 감각과 정밀한 수치 계산으로 먼저 세우는 작업입니다. 사방의 대칭과 입체의 비례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뼈대가 됩니다.
    • 일자패턴: 가죽이 꺾이고 감싸 들어가는 외경과 내경의 차이, 즉 가죽 고유의 두께감을 온전히 계산하여 펼쳐낸 도안입니다.

    눈금이라는 의지할 곳을 없애고 백지 위에 칼금을 그어 내려갈 때, 비로소 가죽 크래프터는 평면이 아닌 ‘입체의 구조’를 머릿속으로 입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하기 시작합니다.

    “이 라운드 곡선이 자연스럽게 뽑히려면 몇 도의 기울기가 필요한가?” “프랑스 크리스페 고트스킨의 고유한 밀도를 견디려면 시접 분량을 얼마나 주어야 하는가?”

    모눈종이 뒤에 숨지 않고, 오롯이 자신의 손끝과 아날로그적인 계산으로 완벽한 도안을 뽑아낼 때의 희열. 그것이 진짜 가죽공예의 시작이자 전문가의 영역입니다.

    3. 명품 테러리의 가죽과 장인의 설계가 만날 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유럽의 하이엔드 명품 브랜드들이 수백 년간 전통적인 수동 설계를 이어오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는 ‘단단함’을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의 유서 깊은 테러리에서 생산된 최고급 프리미엄 가죽들은 저마다 살아 숨 쉬는 결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귀한 소재들이 가진 잠재력을 100%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기계적인 눈금이 아니라 가죽의 성질을 이해하는 장인의 정밀한 도안이 맞물려야 합니다.

    한 땀의 새들스티치를 정교하게 치기 전, 백지 위에서 이미 완벽한 수학적·감각적 계산이 끝나 있어야만 시간이 흐를수록 은은한 멋이 배어나는 명품의 내구성이 탄생합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시간에 타협하지 않는 가치

    3시간 만에 대충 기계로 찍어낸 듯한 결과물을 들고 가는 원데이 클래스는 예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가죽의 본질을 이해하고, 내 손으로 직접 완벽한 구조를 설계해 나가는 ‘몰입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 그것이 레더스튜디오 예각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브랜딩 철학입니다.

    조금은 느리고 번거롭더라도 백지 위에 선을 긋는 이 단단한 고집을, 저는 앞으로도 타협 없이 이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