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Leather Encyclopedia

  • 가죽의 결 방향이 가방의 강도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법칙

    많은 분들이 가죽은 천과 달리 어느 방향으로 재단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가죽은 결코 균일한 재료가 아니며, 동물의 피부가 자라난 방향과 부위에 따라 섬유 조직의 배열에는 분명한 방향성이 존재합니다.

    이 미세한 섬유의 흐름, 즉 ‘결 방향’을 읽어내는 것이 견고한 가방을 만드는 첫 단추입니다.

    가죽은 당기는 방향에 따라 장력과 늘어남의 정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척추를 따라 흐르는 ‘세로 방향’은 조직이 치밀하여 가장 질기고 늘어남이 적습니다. 반면 배 쪽을 향하는 ‘가로 방향’이나 대각선인 ‘바이어스 방향’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늘어나기 쉽습니다.

    이러한 특성을 무시하고 재단하면, 처음에는 그럴싸해 보여도 사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가방의 형태가 무너지게 됩니다.

    가장 직관적인 예가 바로 가방의 손잡이와 스트랩입니다. 무거운 하중을 지속적으로 견뎌야 하는 손잡이를 가죽이 잘 늘어나는 방향으로 재단하면 어떻게 될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가죽이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얇아지며, 심지어 흉하게 뒤틀리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하중을 버텨야 하는 부위는 반드시 가죽의 늘어남이 가장 적은 세로 결 방향에 맞춰 재단해야만 오랫동안 탄탄한 형태와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손잡이뿐만이 아닙니다. 가방의 뼈대를 지탱하는 바닥과, 볼륨감을 살려야 하는 측면(옆판) 역시 요구되는 물성이 전혀 다릅니다. 무거운 짐을 받쳐야 하는 바닥은 결이 단단한 방향을 선택해 처짐을 방지하고, 유연하게 곡선을 그려야 하는 측면이나 포켓 부분은 늘어남이 좋은 방향을 활용해 작업합니다. 부위별 역할에 맞춰 결 방향을 다르게 배치하는 것, 이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구조적 설계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가죽에 칼을 대기 전, 도안을 그리는 단계에서부터 이미 완벽하게 결정되어야 합니다. 모눈종이에 단순히 외곽선만 따놓은 종이는 온전한 패턴이 아닙니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최고급 가죽을 사용하더라도, 결이 무시된 채 재단된다면 그 가치를 온전히 발휘할 수 없습니다. 십자패턴, 일자패턴 등 정교하게 계산된 진짜 설계도에는 단순한 형태뿐만 아니라, 해당 부위를 어느 결 방향으로 재단해야 하는지 가리키는 화살표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합니다.

    좋은 가방은 그저 좋은 가죽을 쓴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가죽의 섬유 방향을 깊이 이해하고, 구조에 맞는 올바른 결 방향을 찾아 재단하는 그 보이지 않는 설계에서부터 진짜 명품의 퀄리티가 시작됩니다.

    [연관 글 읽어보기]

  • 패턴 엔지니어링 : 왜 좋은 가방은 종이에서 이미 완성되는가

    가죽공예를 취미로 삼는 이들은 흔히 패턴을 단순히 ‘가죽을 자르기 위해 종이에 그려진 도안’ 정도로 생각하곤 합니다. 시중에서 유통되는 모눈종이나 기성 패턴을 그대로 가져와 가죽 위에 대고 송곳으로 선을 그은 뒤, 재단하고 바느질하면 가방이 뚝딱 완성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러나 하이엔드 가방 제작의 세계에서 패턴은 단순한 도안이 아닙니다. 가죽의 두께, 보강재의 밀도, 결합 시 발생하는 물리적 오차, 그리고 완성된 가방이 중력을 받아 변형되는 구조학적 역학까지 모두 계산하여 수치화한 설계도입니다. 즉, 좋은 가방은 칼을 들고 가죽을 자르기 전, 종이 위에서 이미 그 운명과 완성도가 결정됩니다.


    1. 패턴은 단순한 도안이 아니다 (More Than Just a Drawing)

    패턴 설계는 미술이 아니라 건축에 가깝습니다. 평면의 종이를 정밀하게 재단하고 조합하여, 내부 보강재와 외피가 물리적으로 결합했을 때 삼차원의 완벽한 입체 구조를 유지하도록 만드는 엔지니어링이기 때문입니다.

    가죽은 섬유 조직의 방향성, 부위별 수축률, 그리고 수분을 머금었을 때의 가소성이 모두 다른 ‘살아있는 소재’입니다. 이러한 소재의 물리적 변수를 이해하지 못한 채 눈에 보이는 치수대로만 그려진 패턴은, 아무리 최고급 가죽을 사용하고 정밀한 새들 스티치를 얹더라도 결코 하이엔드 제품의 반열에 오를 수 없습니다.


    2. 가방의 구조는 종이에서 결정된다 (Structural Integrity)

    많은 이들이 가방이 주저앉거나 형태가 뒤틀리면 내부 보강재를 잘못 썼거나 바느질 장력이 안 맞아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패턴 설계 단계에서 입체 결합 시 발생하는 ‘가죽의 밀림 현상’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외피와 내피, 보강재가 겹쳐져 곡선으로 꺾일 때, 안쪽에 위치한 소재는 구조적으로 바깥쪽 소재보다 짧아져야 합니다. 이 미세한 수치적 밸런스를 종이 위에서 소수점 단위로 제어하지 않으면, 결합하는 순간 가죽이 울거나 형태가 비틀어지기 시작합니다. 가방의 모든 각과 균형, 굳건히 서 있는 자태는 이미 종이 위에서 완벽하게 통제되어야 합니다.

    모눈종이를 쓰지 않고 직접 직선과 십자 패턴 축을 세우며 정밀하게 가방 도안을 설계하는 장인의 작업대 전경

    3. 여유분(Seam Allowance)과 소재의 역학 관계

    가방 제작에서 가장 치명적인 오차는 결합부의 여유분(시접) 계산에서 발생합니다. 가죽의 두께가 두꺼워질수록, 단면이 겹쳐질 때 늘어나는 외부 치수와 줄어드는 내부 치수의 갭이 커집니다.

    장인은 수동 패턴을 설계할 때 외피 가죽 두께, 안감 두께, 그리고 결합되는 접착제 층의 미세한 부피까지 계산하여 시접의 경사면(Skiving Margin)과 여유분을 다르게 부여합니다. 이 계산이 흐트러지면 전체 치수가 밀려 바느질선이 사선으로 휘거나 조립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참사가 일어납니다.

    가죽 두께와 보강재 결합 오차를 계산하여 종이 패턴 위에 소수점 단위로 여유분(시접)을 표시한 설계도 상세 사진

    4. 곡선 설계의 비밀: 원형과 입체의 함수

    가방의 우아함을 결정짓는 모서리의 아치형 곡선이나 뒤집기 가방의 구셋(옆판) 곡선은 평면적인 자로 쉽게 그릴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평면에서 동일한 길이로 측정된 곡선과 직선일지라도, 이를 입체로 세워 조립하면 곡선 부위의 가죽 섬유가 압착되거나 늘어나면서 실제 조립 길이가 달라집니다. YEGAK에서는 기성 모눈종이에 의지하지 않고, 수동 직선 및 십자 패턴 기법을 통해 곡선의 시작점(R값)과 끝점이 만나는 지점의 물리적 저항을 종이 위에서 먼저 시뮬레이션하여 완벽한 매칭을 찾아냅니다.

    가방 옆판의 입체 곡선과 본체의 직선이 만나는 지점의 물리적 저항을 종이 패턴을 맞대어 정밀하게 검수하는 과정

    5. 무게 중심(Center of Gravity)과 하중의 분산

    좋은 가방은 물건을 가득 채워 넣었을 때도 형태가 찌그러지지 않고, 손잡이를 잡았을 때 무게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습니다. 이것이 바로 패턴 엔지니어링의 핵심인 ‘무게 중심 설계’입니다.

    손잡이(핸들)가 장착되는 위치의 각도, 본체와 결합하는 모모(Attaching Lug)의 면적, 그리고 바닥면의 보강재 경계선 구조가 하중을 어떻게 분산시키는지가 패턴 상에서 계산되어야 합니다. 무게 중심이 잘못 지정된 패턴은 가방을 들었을 때 앞이나 뒤로 쏠리게 되며, 특정 결합 부위에 인장 응력이 집중되어 봉제선이 터지거나 가죽이 늘어나는 치명적인 노화를 겪게 됩니다.

    가방 손잡이 장착 부위의 하중 분산 메커니즘과 무게 중심축을 종이 위에 정밀한 선으로 구획한 패턴 설계 레이아웃

    6. 패턴이 나쁘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무너진다

    현직 카운터에서 수년 동안 가죽을 만진 제작자라 할지라도 패턴의 정밀도가 떨어지면 제작 과정 내내 가죽을 강제로 늘리거나 구겨가며 바느질을 맞추게 됩니다. 억지로 힘을 가해 조립된 가방은 완성 직후에는 그럴싸해 보일지 몰라도, 세월이 흐르며 가죽 고유의 복원력에 의해 원래의 잘못된 수치로 돌아가려고 하면서 스스로 무너져 내립니다.

    20년 뒤에도 살아남는 자산을 만들기 위해서는 제작자의 감각에 의존해 가죽을 달래며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계산된 패턴의 규격 안에서 가죽이 자연스럽게 안착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7. YEGAK의 패턴 철학

    YEGAK은 편리한 디지털 캐드(CAD) 출력물이나 규격화된 모눈종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기계적인 선은 가죽이라는 유기적 소재가 가진 고유의 탄성과 저항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장인의 손끝으로 직접 직선과 십자 축을 세우고, 가죽의 두께와 보강재의 밀도를 투영하여 종이를 벼려내는 과정—이것이 예각이 고집하는 “느리지만 단단한” 패턴 엔지니어링의 본질입니다. 0.1mm의 종이 틈새를 제어하는 정밀함이 곧 명품과 기성품을 가르는 절대적인 경계선입니다.


    ⛓️ 다음 단계로의 연결 (YEGAK 지식 그래프)

    • [이전 단계] 실의 장력과 소재 저항의 방정식: 전통 새들 스티치(Saddle Stitch) 사선 공식
    • [다음 예정] 원사와 에이징의 함수관계: 천연 린넨 실(Linen Thread) vs 폴리에스터 사의 인장 강도 비교

  • 베지터블 가죽 완전 가이드

    하이엔드 가죽 크래프터를 위한 구조적 논리와 소재 역학

    예각 가죽 스튜디오의 작업대 위에 놓인 프리미엄 풀그레인 베지터블 태닝 가죽 원장

    가죽공예를 단순히 ‘기존 도안대로 가죽을 자르고, 타공하여 바느질하는 행위’로 정의한다면, 소재에 대한 깊은 기술적 이해는 어쩌면 불필요한 사치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유행을 타지 않고 수십 년간 고유의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마스터피스를 설계하고자 한다면, 모든 방정식의 시작은 단연 베지터블 가탠 가죽(Vegetable Tanned Leather)이어야 합니다.

    이 가이드에서는 인공적인 코팅 뒤에 숨은 가죽의 진짜 역학과 물리적 비례, 그리고 왜 하이엔드 장인들이 대량생산의 편리함을 거부하고 이 까다로운 소재를 고집하는지 그 구조학적 본질을 증명합니다.


    1. 화학적 가공과 식물성 성질의 차이 (Chrome vs. Vegetable)

    소재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소재가 만들어지는 본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현재 글로벌 마스크 시장에서 유통되는 가죽의 90% 이상은 크롬 태닝 가죽(Chrome Tanned Leather)입니다. 황산크롬 등 화학 염제와 강력한 화학염을 사용하여 단 몇 시간 만에 대량으로 무두질을 끝내는 방식입니다. 크롬 가죽은 대량 생산에 매우 유리하고 가볍고 부드러우며 오염에 강하지만, 가죽 내부의 단백질 섬유 조직을 화학적으로 완전히 변형시켜 버립니다. 이 변형은 가죽 고유의 ‘구조적 메모리(형태 기억 능력)’를 소멸시키기 때문에, 장인이 전통적인 손기술을 통해 형태를 성형하거나 고정하는 역학적 제어가 불가능해집니다.

    천연 베지터블 태닝 가죽 표면에 그대로 드러난 자연스러운 상처와 성장 주름

    반면 베지터블 가죽은 나무껍질, 밤나무 열매, 케브라초 우드, 미모사 잎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자연 성분인 탄닌(Tannin)만을 사용합니다. 가죽을 전통적인 나무 조(Vat)에 담가두고, 수 주에서 길게는 6개월 동안 아주 천천히 농도를 높여가며 숙성시킵니다. 이 느리고 정성스러운 과정은 가죽의 천연 콜라겐 섬유 구조를 파괴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단단하게 결속시킵니다.

    그 결과, 베지터블 가죽은 플라스틱이나 폴리우레탄 코팅막이 없어 동물 고유의 힘줄, 주름, 혈관 자국, 그리고 자연 치유된 상처(Natural Marks)가 표면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것들은 결점이나 불량이 아니라, 가짜 인공물이 아님을 증명하는 가장 고귀한 신분증이자 자연이 준 독창적인 디자인입니다.


    2. 하이엔드 설계를 위한 구조학적 논리 (Construction Logic)

    장인이 작업대 위에서 베지터블 가죽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빈티지한 감성이나 장인정신이라는 추상적인 단어 때문이 아닙니다. 철저히 구조학적 역학(Mechanical Property)과 장기적인 내구성을 계산한 정밀한 공학적 판단입니다.

    ① 치밀한 섬유 조직과 가소성 (Plasticity)

    프리미엄 베지터블 가죽은 화학 가공 가죽에 비해 내부 섬유 조직의 밀도가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가죽에 물을 적시면 단단하던 콜라겐 섬유 조직이 일시적으로 유연해지면서 압력과 성형을 받아들일 준비를 합니다. 이후 수분이 마르면서 장인이 의도한 곡선, 입체적인 볼륨감, 삼차원적인 구조학적 형태를 그대로 기억하여 고정되는 ‘가소성’이 발휘됩니다. 닥터백의 꼿꼿하고 단단한 각을 잡거나, 보스턴백의 풍부한 입체감을 무너뜨리지 않고 고정할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이 바로 이 소재의 역학적 특성입니다.

    마스터 장인의 정밀한 수동 피할과 전통 방식의 단면 슬리킹(마감) 과정

    ② 정밀한 피할(Skiving)과 단면 마감성 (Edge Finishing)

    I섬유 조직이 엉성하고 느슨한 가죽은 구두칼로 피할을 할 때 밀리거나 늘어나 정밀한 두께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조직이 치밀한 베지터블 가죽은 단 0.1mm 단위의 정밀한 manual 경사 피할(French Skiving)이 가능하여, 겹쳐지는 시접 부위의 투박함을 완벽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단면을 깎아내고 비벼 마감하는 에지 슬리킹 과정에서, 치밀한 섬유들이 마찰열에 의해 압착되면서 별도의 화학 페인트 없이도 유리처럼 단단하고 매끄러운 광택으로 융합됩니다. 토코놀이나 천연 수지만으로 마감된 이 단면은 시간이 지나도 굳어서 깨지거나 떨어지지 않으며, 이는 합성 에지코트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장인만의 영역입니다


    3. 에이징(Aging, 경년변화): 시간이 완성하는 디자인 철학

    크롬 가죽은 공장에서 완성되어 나온 첫날이 가장 아름답고, 시간이 흐를수록 플라스틱 코팅이 벗겨지고 긁히며 초라하게 낡아갑니다. 반면 베지터블 가죽은 장인의 손을 떠나 유저의 손에 닿는 순간부터 진짜 아름다움과 디자인이 시작됩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핸드메이드 베지터블 가죽 제품에 완성된 아름다운 호박색 광택(파티나)과 경년변화

    사용자의 손에서 묻어나는 유분, 매일 마주하는 햇빛(자외선), 마찰에 의해 가죽 내부에 깊숙이 침투해 있던 천연 오일과 왁스 성분이 서서히 표면으로 올라오며 깊고 은은한 광택(Patina)을 만들어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의 생활 습관에 맞춰 구조는 유연하게 길들여지되, 가방의 전체적인 뼈대는 더욱 단단하게 자리 잡습니다. YEGAK이 지향하는 “20년 뒤에도 살아남는 자산”이란 바로 이 변화를 이겨내고 오히려 가치가 높아지는 내구성을 의미합니다.


    4. 장인의 판단 기준: 완벽한 두께와 보강재의 조합법 (Engineering)

    아무리 유럽 명문 테너리에서 생산된 최고의 풀그레인 베지터블 가죽이라 할지라도, 부위별 특성과 두께 설계를 잘못하면 가방은 무너지거나 반대로 돌덩이처럼 무거워집니다. 장인은 항상 가죽의 저항감과 무게의 밸런스를 계산해야 합니다.

    • 소품류 (카드지갑, 클러치, 패스포트 케이스):가죽 자체의 짱짱한 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 보강재를 최소화하거나 생략합니다. 외피는 1.2mm ~ 1.5mm 범위로 정밀하게 피할하며, 내부 안감과 카드 칸은 슬림한 기능성을 위해 0.6mm ~ 0.8mm의 극도로 정밀한 두께 배율이 요구됩니다.
    • 입체 가방류 (보스턴백, 토트백, 브리프케이스):가방 전체의 하중을 지탱하는 바닥면과 구조적 중심이 되는 등판은 1.8mm 이상의 묵직하고 굳건한 가죽을 베이스로 삼아야 합니다. 반면, 뒤집기 기법이나 복잡한 아치형 곡선이 들어가는 옆판(구셋)은 약 1.0mm 내외로 피할한 뒤, 탄성이 뛰어난 프랑스산 레더보드(LB)나 천연 라텍스 보강재를 역학적으로 조합해야만 시간이 지나도 주저앉지 않고 황금 비례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건축학적 실루엣과 황금 비율을 완벽하게 유지하는 견고한 핸드메이드 가죽 사각 박스백

    ⛓️다음 단계로의 연결 (YEGAK 지식 그래프)

    소재의 본질과 역학적 성질을 이해했다면, 이제 이 촘촘한 섬유 조직을 길들이는 장인의 도구와 정밀한 기법으로 나아갈 차례입니다. 거미줄처럼 연결되는 다음 정식 교육 과정은 아래 링크에서 이어집니다.

    • [공구 백과] 촘촘한 섬유를 뚫는 프랑스식 그리프(Pricking Iron) 파지법과 파워 메커니즘
    • [제작 기법] 실의 장력과 소재 저항의 방정식: 전통 새들스티치(Saddle Stitch) 사선 공식
    • [디자인 이론] 명품 가방의 황금 비례: 구조적 안정성과 비틀어짐 없는 패턴 밸런스론

  • 전문가의 솔직한 고백 : 내가 베지터블을 조심스러워하고 프랑스 크리스페 고트스킨을 애정하는 이유

    전문가의 솔직한 고백 : 내가 베지터블을 조심스러워하고 프랑스 크리스페 고트스킨을 애정하는 이유

    안녕하세요 레더스튜디오 예각 공방장입니다

    가죽공예를 다루는 수많은 글이나 유튜브를 보면 ‘베지터블 가죽의 낭만’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합니다 주인의 손때와 햇살을 머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추럴하게 에이징(Aging)되는 멋은 베지터블 가죽만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20년 동안 가죽작업대 앞에서 매일 가죽을 칼질하고 바느질해온 전문가의 시선으로 오늘은 조금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베지터블 가죽을 다룰때 굉장히 조심스럽고, 그리 선호하는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고, 작업대위에서 다룰 때마다 감탄하는 가죽은 따로 있답니다. 바로 프랑스산 최고급 염소가죽인 ‘크리스페 고트스킨(Crispe Goatskin)’입니다.

    오늘은 교과서 같은 가죽 종류 나열이 아닌, 현장에서 손끝으로 느끼는 두 가죽의 진짜 성질과 제가 크리스페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낭만 이면에 감춰진 불편함, 베지터블 가죽

    베지터블 가죽이 시간이 지나며 멋스러워진다는 것에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작업자 입장에서, 그리고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참 까다로우면서도 ‘깔끔하지 못한’ 가죽이지요

    식물성 탄닌성분으로 무두질된 베지터블 가죽은 표면에 별도의 화학적 보호 코팅막이 거의 없답니다. 그렇다보니 작업대 위에서 가죽을 재단하거나 패턴을 맞출 때 고작 손톱 끝만 살짝 스쳐도 깊은 스크래치가 남습니다. 게다가 물이나 열에 치명적으로 약해서, 비를 맞거나 땀이 묻으면 그 자리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그대로 박혀버린답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내추럴함’은 좋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가죽이 쉽게 오염되고 얼룩덜룩해져서 본연의 깔끔하고 정돈된 고급스러움을 오래 유지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생각이 듭니다. 만드는 작업자에게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도 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조심스러운 가죽인 셈이지요

    2. 알란(Sully)은 모르는 크리스페 고트스킨만의 ‘탄력과 유분’

    반면, 명품 하우스들이 애용하는 고트스킨(염소가죽)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입니다. 고트스킨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두 축이 프랑스 알란(Alran)테러리의 ‘설리(Sully)’와 프리미엄’크리스체(Crispe)’고트스킨인데요, 이 둘 사이에도 전문가의 손끝에서는 명확한 급의 차이가 느껴진답니다

    둘 다 좋은 프랑스산 염소가죽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칼을 대어보면 알란고트는 상대적으로 유분이 적어 텍스처가 다소 퍽퍽하고 건조한 느낌이 든답니다

    반면 크리스페 고트스킨은 가죽내부에 머금고 있는 유수분의 밸런스가 더 좋아서 손으로 쥐었을때 느껴지는 밀도감과 촉촉하고 탱글탱글한 탄력이 아주 맘에 듭니다

    이 ‘탄력과 유분의 차이’는 작업대 위에서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듭니다. 가죽에 유분이 적당하고 탄력이 좋으면, 구두칼로 재단 라인을 뽑아낼 때 단면이 밀리지 않고 칼날이 물 흐르듯 미끄러지는 느낌이고, 아주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가죽이 밀리지 않으니 마이크로 단위의 정밀한 설계도 오차없이 완벽하게 가죽위에 구현되는 듯합니다

    3. 스크래치를 방어하는 세련됨, 지갑의 품격이 바뀌는 이유

    제가 크리스페 고트스킨을 특히 지갑이나 정밀한 소품 종류를 만들때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압도적인 내구성’과 ‘세련된 미학’ 때문입니다

    크리스페 고트스킨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염소가죽 특유의 자잘하고 아름다운 천연 모공 수시보(결)가 촘촘하게 잡혀있습니다. 이 정교한 결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잔기스나 스크래치에 엄청나게 강하답니다. 물이 닿아도 슥 닦아내면 될 정도로 방어력이 뛰어납니다. 베지터블을 다룰 때처럼 애지중지 모시지 않아도, 언제나 처음의 깔끔한 상태를 굳건하게 유지해 준답니다.

    무엇보다 이 가죽으로 반지갑이나 명함지갑을 완성해 놓으면, 특유의 은은한 광택과 단단한 조직감 덕분에 제품이 한 순간에 아주 모던하고 세련되게 피어납니다. 시간이 지나 얼룩덜룩해지는 베지터블과는 차원이 다른 도시적이고 정제된 품격이 지갑 한점에 그대로 담기게 됩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가죽의 성질을 부리는 시간

    가죽공예의 전문성은 단순히 바느질을 잘하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가죽의 성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각 가죽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며 장점을 그대화하는 도안을 설계할 수 있느냐가 진짜 실력입니다.

    저는 조심스럽고 깔끔함이 떨어지는 베지터블의 낭만보다는, 재단선이 칼날처럼 떨어지고 세월 속에서도 세련된 형태를 단단하게 유지해 주는 크리스페 고트스킨의 정직함을 더 신뢰합니다

    내가 고른 소재의 성질을 온전히 통제하고 지배하여 단 한사람을 위한 완벽한 품격을 짓는 일, 레더스튜디오 예각이 시간에 타협하지 않고 매일 작업대 위에 크리스페를 올리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