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솔직한 고백 : 내가 베지터블을 조심스러워하고 프랑스 크리스페 고트스킨을 애정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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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더스튜디오 예각 공방장입니다

가죽공예를 다루는 수많은 글이나 유튜브를 보면 ‘베지터블 가죽의 낭만’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곤 합니다 주인의 손때와 햇살을 머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내추럴하게 에이징(Aging)되는 멋은 베지터블 가죽만이 가진 최고의 매력이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20년 동안 가죽작업대 앞에서 매일 가죽을 칼질하고 바느질해온 전문가의 시선으로 오늘은 조금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려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베지터블 가죽을 다룰때 굉장히 조심스럽고, 그리 선호하는 편이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고, 작업대위에서 다룰 때마다 감탄하는 가죽은 따로 있답니다. 바로 프랑스산 최고급 염소가죽인 ‘크리스페 고트스킨(Crispe Goatskin)’입니다.

오늘은 교과서 같은 가죽 종류 나열이 아닌, 현장에서 손끝으로 느끼는 두 가죽의 진짜 성질과 제가 크리스페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낭만 이면에 감춰진 불편함, 베지터블 가죽

베지터블 가죽이 시간이 지나며 멋스러워진다는 것에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작업자 입장에서, 그리고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참 까다로우면서도 ‘깔끔하지 못한’ 가죽이지요

식물성 탄닌성분으로 무두질된 베지터블 가죽은 표면에 별도의 화학적 보호 코팅막이 거의 없답니다. 그렇다보니 작업대 위에서 가죽을 재단하거나 패턴을 맞출 때 고작 손톱 끝만 살짝 스쳐도 깊은 스크래치가 남습니다. 게다가 물이나 열에 치명적으로 약해서, 비를 맞거나 땀이 묻으면 그 자리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그대로 박혀버린답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내추럴함’은 좋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가죽이 쉽게 오염되고 얼룩덜룩해져서 본연의 깔끔하고 정돈된 고급스러움을 오래 유지하기가 무척 어렵다고 생각이 듭니다. 만드는 작업자에게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도 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조심스러운 가죽인 셈이지요

2. 알란(Sully)은 모르는 크리스페 고트스킨만의 ‘탄력과 유분’

반면, 명품 하우스들이 애용하는 고트스킨(염소가죽)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소재입니다. 고트스킨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두 축이 프랑스 알란(Alran)테러리의 ‘설리(Sully)’와 프리미엄’크리스체(Crispe)’고트스킨인데요, 이 둘 사이에도 전문가의 손끝에서는 명확한 급의 차이가 느껴진답니다

둘 다 좋은 프랑스산 염소가죽이라고 생각하지만 직접 칼을 대어보면 알란고트는 상대적으로 유분이 적어 텍스처가 다소 퍽퍽하고 건조한 느낌이 든답니다

반면 크리스페 고트스킨은 가죽내부에 머금고 있는 유수분의 밸런스가 더 좋아서 손으로 쥐었을때 느껴지는 밀도감과 촉촉하고 탱글탱글한 탄력이 아주 맘에 듭니다

이 ‘탄력과 유분의 차이’는 작업대 위에서 엄청난 결과의 차이를 만듭니다. 가죽에 유분이 적당하고 탄력이 좋으면, 구두칼로 재단 라인을 뽑아낼 때 단면이 밀리지 않고 칼날이 물 흐르듯 미끄러지는 느낌이고, 아주 깔끔하게 떨어집니다. 가죽이 밀리지 않으니 마이크로 단위의 정밀한 설계도 오차없이 완벽하게 가죽위에 구현되는 듯합니다

3. 스크래치를 방어하는 세련됨, 지갑의 품격이 바뀌는 이유

제가 크리스페 고트스킨을 특히 지갑이나 정밀한 소품 종류를 만들때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압도적인 내구성’과 ‘세련된 미학’ 때문입니다

크리스페 고트스킨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염소가죽 특유의 자잘하고 아름다운 천연 모공 수시보(결)가 촘촘하게 잡혀있습니다. 이 정교한 결 덕분에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잔기스나 스크래치에 엄청나게 강하답니다. 물이 닿아도 슥 닦아내면 될 정도로 방어력이 뛰어납니다. 베지터블을 다룰 때처럼 애지중지 모시지 않아도, 언제나 처음의 깔끔한 상태를 굳건하게 유지해 준답니다.

무엇보다 이 가죽으로 반지갑이나 명함지갑을 완성해 놓으면, 특유의 은은한 광택과 단단한 조직감 덕분에 제품이 한 순간에 아주 모던하고 세련되게 피어납니다. 시간이 지나 얼룩덜룩해지는 베지터블과는 차원이 다른 도시적이고 정제된 품격이 지갑 한점에 그대로 담기게 됩니다

느리지만 단단하게, 가죽의 성질을 부리는 시간

가죽공예의 전문성은 단순히 바느질을 잘하는 것에 머물지 않습니다. 가죽의 성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각 가죽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며 장점을 그대화하는 도안을 설계할 수 있느냐가 진짜 실력입니다.

저는 조심스럽고 깔끔함이 떨어지는 베지터블의 낭만보다는, 재단선이 칼날처럼 떨어지고 세월 속에서도 세련된 형태를 단단하게 유지해 주는 크리스페 고트스킨의 정직함을 더 신뢰합니다

내가 고른 소재의 성질을 온전히 통제하고 지배하여 단 한사람을 위한 완벽한 품격을 짓는 일, 레더스튜디오 예각이 시간에 타협하지 않고 매일 작업대 위에 크리스페를 올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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